올시즌의 이탈리아 둘째 날: 포지타노에서 최고의 문어요리를 만나다. Chez Black 이탈리아 '17

소렌토에서 여행의 둘째 날이 밝았다. (첫째 날?)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잤더니 매우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고시촌에 있을 때는 숨막히는 듯한 고요함속에 끝없는 맨홀으로 빠져드는 기분으로 밤새 뒤척이곤 했었는데...

역시 나중에 바닷가에 살아야겠다.



날씨 평온하고~








아침은 파니니 위주로 간단히 먹어본다.

파넬라(주인아낙네)가 라바짜 캡슐커피를 박스째로 쌓아놔서 마음껏 마셨다.

참고로 이태리 귤은 먹기가 힘들다ㅋㅋㅋㅋ껍질 까기도 힘들고 과육을 씹으면 안에 씨가 있음...씨x...

어쨌든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슬슬 포지타노로 출발해보기로 한다.









숙소가 해안가에 있는지라, 시가지로 올라가려면 절벽 위로 등산해야한다. ㅋㅋㅋㅋ

차로 올때는 몰랐었는데 이게 꽤나 높은 위치였다.








저기 밑에 숙소가 보인다.

여기까지 올라오니 아침 먹은 게 다 소화되었다.

빨리 점심이 기다려진다.









낭떠러지의 도시, 쏘렌토

파넬라에게 들은 말인데, 쏘렌토는 해안 절벽에 위치해있는 지리적 특성상 이방인으로부터 해안 방어를 하기가 다소 수월했다고 한다.

그러나 육지쪽 공격에는 취약했기 때문에 예전 집권자가 방어하기 위해 벽을 쌓았다고 한다.

쏘렌토판 만리장성?ㅋㅋ










쏘렌토에서 포지타노로 가는 방법 또한 두 가지가 있는데, 그거슨 페리를 이용하는 방법과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근데 비수기에는 페리를 운행하지 않으니 버스를 타고가기로 한다.

이번 여행은 배와는 거리가 먼 듯...










우리의 여정을 책임질 기사아재. 느긋하게 담배를 피고 있다.

설마 버스 안에서도 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이게 소렌토에서 포지타노로 가는 버스루트이다.

중간 육지를 가로지은 다음, 해안가를 통해 포지타노로 간다.

아, 버스에서 꼭 오른쪽에 앉아야 뷰가 잘 보이니 명심하도록.(친절하군)









남부에 있는 내내 흐렸다가 비왔다가 개었다가 반복했는데, 영국에 와있는 줄...

어쨌든 이런 해안도로를 달려간다.









이건 직접 봐야 한다.









어느덧 도착해서 이제 점심 목적지인 셰블랙으로 가기로 한다.

구글맵으로 보니 대충 20분 정도 걸으면 될 것 같아서 계단을 통해 걷기 시작했는데...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여기서 필독※ 소렌토나 포지타노 같은 도시들은 절벽가에 있기 때문에 직선거리를 믿으면 안 된다.

예전 중학교과정 사회과부도에서 등고선을 보는 방법을 배웠는가?

여기서 써먹어야 한다.

구글맵 직선거리는 계단을 안내해주기 때문에 해안가까지 모두 계단을 이용한다면 대략 팔공산 갓바위를 하산하는 코스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하도록 하자.

와씨 무릎 나갈 뻔 ㅋㅋㅋㅋ

그럼 어떤 코스를 이용해야 하냐고? 

차가 다니는 S자 도로 따라서 걷도록 하자 (인도도 있다). 어차피 남는게 시간인 여행이니 편하게 걷고, 그 방법이 경치도 구경하기가 더 좋다.











여튼 녀석들 살겠다고 해안가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서 집 지어놓은 거 좀 보소.

우리나라랑 별 다르지 않다.

반도녀석들...







밑에 집을 제외하고 위에 산만 보면 딱 설악산에 온 느낌이다.









여튼 그나마 완만한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나의 "패턴" 사진집에 추가할 사진.










저기 분명 내가 가려는 음식점이 있는데...분명히 눈으로 보이는데..

왜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건가...(실제로 사진 찍으면서 가다보니 40분 넘게 걸림ㅋㅋㅋ)










이런 좋은 와인&치즈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여름이 되면 저런 건물들이 다 휴양객으로 가득찬다 이거지...








내가 전투적으로 사진을 찍으며 갓바위 하산포스로 행군하고 있을 때, 커플들은 유유자적하게 손을 잡구 눈누난나 하고 있더라.

내 볼에 흐르는게 땀인지 눈물인지는 묻지 말도록 하자.







그래도 12시 전에는 도착했다!

셰블랙이라고, 포지타노에서 유명한 해산물 음식점이다.

웨이팅 없이 편하게 해안가를 바라보는 테이블에 착석했다.

비수기 최고!








유독 이탈리아 여행에서 고진감래의 가치를 많이 느끼게 되는 듯 ㅋㅋㅋ

이런 풍경 바라보며 앉아있으니

갓바위에서 내려와 주막에 막걸리 한 잔 하러 앉아있는 느낌이 난다.











하지만 이태리에 왔으니 와인을 마셔야지~☆

지역와인을 375ml하프보틀 사이즈로도 팔길래 시켰다.

실제로도 딱 맞았던.

와인 한 모금 하면서 메뉴를 주문한다.







낮술하기 좋은 날이다.

전투적으로 생긴 아시안이 썬그라스 끼고 대낮부터 와인 한 병을 까고 있으니 옆에 있는 이탈리안 부부가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ㅇㅇ나 한량 맞아"라는 미소를 지으며 쭈욱 한 잔 들이켜준다.

크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전채로 나온 문어 카르파쵸.

갱상도식 두툼하게 잘라낸 문어숙회만 보다가 이렇게 카르파쵸로 얇게 썰어낸 문어는 처음 본다.

겉보기에는 그냥 문어 썰고 올리브 오일이랑 소금 좀 뿌린 다음에 풀떼기 몇 조각 얹어놓은 거서 같다.

식감이 어떤지 궁금해진다.

맛을 보기로 한다.


우걱우걱








오....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식감이다...

얇은 문어가 입 안에서 부드럽게 잘려나간다.

올리브오일과 소금이 적절히 간을 맞춰주고.

하나도 질겅이지 않는다.

와인과 함께 순삭해버린다.

여기 제대로 찾아왔구나...

지금 또 먹고싶네...









이어서 주문한 오징어먹물 파스타.

이건 한쿡에서도 몇 번 먹어봤기 때문에 본토의 파스타는 어떤 맛일까 하고 주문해보았다.









아름다운 건 여러 번 봐야제!

결과적으로 정말 맛있었다.

파스타 면도 알맞게 삶겼고, 버터향 나는 소스가 면에 착 달라붙어있어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징어도 정말 부드러웠어!!!

정말 한 대접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다 먹어치웠다.

인원만 많았으면 여러가지 쉐어해서 맛보고픈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ㅠ.ㅠ








멈추었을 때 비로소 보인다고 했는가.

포지타노의 경치는 먹고마셨을 때 비로소 보인다.



집들이 다 흰색이면 술 먹고 자기 집 찾아갈 때 못 알아봐서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했다는 속설이 있다 ㅋㅋㅋ









카메라를 들고 짧은 해안가를 걸으며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한다.

그러다가 나 자신을 사진으로 남겨놓지 않는다면 좀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각대는 이럴 때 있는거군!








구도를 잡아놓고









똥폼을 잡는 올시즌 동무.

가끔 녀성동지들 블로그 보면 삼각대로 셀카 귀신같이 잘 찍는 녀성동무들 많던데 나는 삼각대셀카초보라서 그런지 영 어색하다.












리모콘이 없어서 타이머로 찍는 노가다를 해야했지만 만족스럽다 ㅋㅋㅋ

흰 로퍼를 신고싶었는데 뒷꿈치가 다 까져서 못 신었던 게 좀 아쉽다.

근데 등반일정 생각해보면 잘한 것 같기도 하고...

*이번 포스팅에는 셀카사진이 다수 등장하니 그럴 때마다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슬슬 버스 타러 위로 올라가야 한다 ㅋㅋㅋ

이제는 계단을 타지 않고 차도로 삥 돌아가면서 이것저것 구경한다.

이건 리몬첼로라는 남부지방 술인데, 레몬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딱 보기에 별 맛 없을 것 같아서 안 샀다 ㅋㅋㅋ달달할 것 같아서 우국선생은 좋아할 것 같더만.










랄프로렌 느낌 나는 티샤츠도 하나 20유로에 득템한다.

좀 아쉬웠던 건 비수기라서 많은 숍, 카페, 술집들이 보수공사중이거나 문을 닫았던 것.

커피 한 잔이 절실했는데 버스 탈 때 까지 못 찾았다.ㅋㅋㅋ









정상으로 가는 길.jpg









똥폼pt.2

오랜만에 사진기 잡아서 그런지 노출도 엉망이고 ㅋㅋㅋㅋ

렌즈 촛점도 손보고 왔어야 하는데 아쉽아쉽













음 저기에 부동산을 사두길 잘했어...중국놈들에게는 임대하지 않아야지...

사드배치보복조치에 대한 보복조치야 색히들아









뒤에 보이는 집들이 다 제껍니다. feat.허세








여튼 저 잠바 요긴하게 입고다닌다 ㅋㅋㅋ








이제는~우리가~헤어져야 할 시간~다음에 또 만나요~

진짜 셰블랙 먹으러 언젠가는 다시 오고픈 곳.

여름에 부인이랑(태어는 났는지...)바닷가에서 선탠로션 발라주면서 꺄르륵거리고 싶은 곳이다.

아, 그땐 시칠리아를 가볼까나.








소렌토로 돌아와서 물도 못 마시고 갈증이 급히 났던지라 젤라또 하나 흡입해주고.

넛트랑 라이스였나...암튼 다 맛있어.









어제 밤이 늦어 구경을 많이 못해서 밝을 때의 소렌토를 좀 더 눈에 담기로 한다.

여기서 시칠리아산 딸기가 맘에 들어서 한 접시 사고.









여행 막바지였으면 그냥 몇 개 질렀을텐데...







이런 숍들에 프로슈토가 그냥 메달려있는 게 부지기수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족발집 같은 느낌도 나고...








원래 계획은 와인을 하나 사고 이 케밥을 포장해와서 집에서 먹는거였는데, 와인을 사고나니 현금이 다 떨어졌다...ㅠㅠ

현금 가지러 숙소로 가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숙소는 벼랑 끝 해안가에 있다)

하...

아쉽지만 일단 숙소로 가보기로 한다.











아놔 또 저 밑에까지 가야해 ㅋㅋㅋㅋ

작년에는 공부만 달리겠다는 의지 하에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덕분에 여기서 부족한 운동량을 얻어갑니다 ㅋㅋㅋ










그래도 경치가 평온해서 걸어다닐만 하다.

어쨌든 숙소로 돌아왔는데...










이상형이 이태리여자로 바뀌는 순간.jpg

아쉽지만 스키폴 첫사랑에겐 작별을 고해야겠다.

내용은 걍 라지에타 들여놨다는 건데 첫 문장이 "내 달링"으로 시작하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는가.

(남편만 없었어도 쎄벨라ㅏㅏ~하면서 작업걸어봤을텐데)











곳간을 보니 새로운 간식을 갖다놨다.








그럼 커피 한 잔 해야지.

한 입 베어물었는데...와 미쿡 고딩시절 기숙사 선생님 낸시의 바나나브레드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파넬라가 인생 바나나브레드 장인이었던 것이다. 직접 만들었다고...

촉촉함의 극치였다...

하 여기서 계속 살면 다음날은 레드벨벳컵케익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여튼 저 안주 때문에 커피 세 잔을 마셨다.

좀 씻고 쉬다가...저녁을 먹으러 나갈까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 케밥 따위 나중에 중동 가서 먹으면 되지. 나는 오늘 너무 많이 걸었어.

아까 시장에서 산 시칠리아산 딸기랑 냉장고에 있던 살라미&고다치즈 조합.

와인은 인생 첫 BDM(Brunello di Montalcino)에 도전해본다.

가격은 30유로...







맛이요?

어제 마셨던 20유로짜리 끼안티를 압살하는 맛이었다.

10유로 차이가 이렇다니 ㅎㄷㄷ

와인초보자이지만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녀석. 프레스코발디...내래 기억하것어...







꽤나 단단한 식감을 자랑했던 시칠리아산 딸기.

당도도 괜찮았던.









파넬라는 사랑입니다♡









살라미&프로슈토는 원없이 먹어본다...

와인을 계속 마시다 보니 감성적이게 된다.

가끔은 마음놓고 울고싶을 때가 있는데, 최근엔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없다.

이럴때 도와주기 위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게 있다.











책방에서 표지 보고 왠지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도와줄 것 같아서 가져왔는데...









.......

type4graphic류 시집이었다...

시인의 번뇌와 고찰이 담긴 시집을 기대했던 내가 멍청이었지....


하....

눈물샘을 자극하기는 커녕 짜증이 날려고 한다.

가끔 살아가다 보면 빠른 포기를 해야하는 것이 있다.

이 시집은 소렌토의 망망대해에 흘려보내도록 한다.


소렌토 사진을 편집해야 하는데...젵랙때문인지 눈이 자꾸만 감겨온다.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에 귀를 맡기고 파넬라가 깔아준 폭신한 이불 위에 항복한다.

눈을 감는지도 모르게 잠이 든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잠든 적이 고시생활을 할 동안에는 없었다.)

그렇게 소렌토에서의 둘째 날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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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7/03/08 19: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3/08 20:0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osoLee 2017/03/09 18:52 # 삭제

    마이달링ㅋㅋㅋㅋㅋ
    아 케밥이 더 궁금해진다 ㅋㅋㅋ
  • 올시즌 2017/03/09 18:56 #

    아쉬웠어 ㅋㅋㅋ하필 그때 현금이 똑 떨어져서 ㅋㅋㅋ
  • Jay 2017/04/05 08:22 # 삭제

    사진 잘보고갑니다 근데 다리근육 짱이시네요 무슨운동하시는지 물어봐도 되는지요???
  • 올시즌 2017/04/05 10:41 #

    저 원래 다리가 튼실한 편이긴 한데 재활 때문에 여러가지 운동 많이해서 더 그런 듯 합니다 ㅎㅎ 주로 스쿼트랑 레그프레스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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