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의 이탈리아 일곱 번째 날 2/2: L'Osteria di Giovanni - 티본스테이크 먹으러 갔다가 선배를 만나다?! 이탈리아 '17

시에나에서 다시 1시간 40여분 가량을 달려 피렌체로 돌아온다.





두오모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도시 어디에서나 이 성당을 바라볼 수 밖에 없게끔,

 온 도시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이 성당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위압감 때문에 난 피렌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숨막히는 듯한 건축물에 질식당하기 전에 피렌체가 떠나고 싶어졌다.










그래도 어쩌랴, 오늘 저녁엔 피렌체식 티본스테이크(bistecca alla fiorentina)가 예정되어 있고, 

내일은 우피치갤러리에 갈 예정이니 하루만 숨을 더 참아보기로 한다.











오스테리아 디 죠반니,

Il Latini와 함께 무척이나 유명한 피렌체식 티본스테이크 전문점이다.

그러나 레스토랑 좌석 비극은 여기에서도 일어나는데...

또 화장실 앞 좌석에 앉히려고 하는 것이다.

어제는 그려러니 했는데, 예전에 예약했는데도 불구하고 이틀 연속으로 피렌체에서 이딴 일을 당하니 짜증이 난다.

"허허 바꿔줘 임마, 내가 식사를 하러 온 거지 니네가 지배하던 이디오피아 신민처럼 취급당하려고 온 게 아니란다."











그제서야 좀 괜찮은 좌석으로 배정받는다.

옆에서는 유태인커플이 아이와 함께 조용히 식사를 하고있었다.











여기도 아페레티보가 포함이었나? 그랬다.











그래도 여기에도 반 병 짜리 보틀을 팔아서 마시기로 결정했다.

2010년산을 마시고 싶었지만 이태리 와인샵들에 가본 결과 2010년은 포도에게 무지 좋은 해여서 좋은 와인이 나온댄다.

그래서 2010년산으로 좀 괜찮다 싶으면 같은 브랜드/메이커라도 가격이 무지막지하게 달랐다.










와인 초보자에게 이태리는 꽤 매력적인 입문지인 것 같았다.

굳이 비싼 거 안 마셔도 10유로대에 접할 수 있는 와인들이 많았고

30유로대 이탈리안 와인을 시키면 꽤나 마실만했다.

혼자 100유로 짜리는 차마 시켜볼 수가 없...

나중에 가처분소득을 벌면 시켜보기로 한다.












튀긴 빵덩어리를 내준다.

허허 녀석들 내가 튀김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어쨌거나 전채부터 시작해서 프리미-세콘디 다 먹으면 위장이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기에 파스타-스테이크만 먹기로 한다.

웨이터에게 물어본다.

"내가 메인은 티본 먹는게 확실히 정해졌는데...파스타는 뭘로 시킬까?"

"우리 스페샬을 함 잡숴봐"

"그게 뭔데?"

"트러플"

"우...우왕ㅋ"


어쩔 수 있나, 본토의 트러플파스타라는데.

믿어보기로 한다.


"내놔"

"넵"












잠시 후 트러플파스타가 나온다.

음 이게 본토의 트러플파스타인가?











겉에서 보니 위에 트러플이 올라간 것 빼고는 별 볼일 없어보인다.

국물도 흥건하고...

문득 불안감이 든다. "아 스테이크집에 와서 괜히 파스타를 시켰나? 그냥 샐러드랑 스테이크를 먹을 걸 그랬나?"

그래도 시켰으니 일단 먹어본다.


우걱우걱


?!?!

마...마이쪙....

국물의 간이 삼삼하게 베여든 파스타가 트러플과 잘 어우러져 이태리반도 여인이 트러플을 찾아내는 돼지를 혹사시키는 모습이 그려진다. 

고마워 트러플헌터돼지야....

여기도 심플해보였지만 괜찮은 파스타를 만났다.

(하긴 이태리사람이 파스타를 못 만들면 안되제)












그리고 티본스테이크가 나온다.

오우...

1kg짜리라지만 뼈가 300그람은 나가보이니 실제로는 700g밖에 먹지 못한다고 정당화를 한다.











사진을 빨리 찍는다.

시간이 없다. 













내 스테이크가 식고있단 말이다!!!










한 입 먹는다.

우걱우걱

티본쪽임에도 불구하고 기름기가 매우 적은 편이다.

기름 붙어있는 부위는 조금씩 잘라서 살코기랑 먹는 걸 추천한다.













열심히 우걱우걱한다.

칼질을 신나게 하고있으니 즐겁다.

베네치아에서는 해물을 신나게 먹었는데, 토스카나지방에서는 육식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감자도 먹어준다.

일행이 있다면 채소접시를 주문했을텐데...

감자도 채소라고 정당화를 시키며 먹어준다.

커플이라면 전채1-파스타1-스테이크1kg-디저트를 주문하고
남정네 두 명이면 전채1-파스타2-스테이크1.5kg-디저트를 주문하는게 좋아보인다.

디저트시간이다.

고기를 먹었더니 달달한 게 땡긴다.

티라미수를 주문한다.












디저트술에 찍어먹는 비스코티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 알았다면 티라미수 시키지 말걸....ㅋㅋ

ㅂ아재 설명으로는 좋은 와인 시키면 시크릿하게 할배가 준다던데 있는 테이블에 다 주던...











지금 보는데 많이도 쳐먹었구나....









뭐 티라미수야 티라미수고

와인이랑 다 끝내니 역시나 오늘도 적당히 취한다.

"으어어어 게 누구 있느냐. 계산서 좀 가져오거라."

라고 이야기 하니 옆에서 식사하던 유태인아재가 너 영어 좀 하는데? 어디서 왔니?라고 물어봐서

한쿡사람이지만 미쿡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러니 이 아재가 어디서 다녔냐고 매우 구체적으로 묻길래 설마 내 학교를 알겠어?라며 알려줬더니...


학교 선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무려 87년에 졸업하신 대선배님이었다.
(학-박-포닥까지 해서 87년에 졸업했으면...도대체 몇학번이지?!)

왜 혼자 이탈리아에 왔느냐고 물어보신다.

하 선배의 조언을 가장한 꼰대이즘은 어디나 존재...

다 때려치고 이태리에 진로고민한다는 핑계로 먹부림 여행을 왔다고 대답해드린다.

그랬더니 좋은 생각이라며, 그 나이에 혼자서 맘대로 여행 다닐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며(이때 와이프분이 살짝 째려봤다) 진로는 시간을 두고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전에도 편하게 다니고 있었지만 정말 편하게 고민 없이 남은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고민 좀 해라 임마)

쨌든 서로의 밝은 미래를 빌어주면서 훈훈하게 선배와 인사를 나눴다.










장시간 앉아있었는데다가 적당한 취기로 전신이 마취되었으니 

발이 아프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강변을 따라 장노출을 찍으면서 놀기에 딱 좋은 컨디션이었다.












찐~~하게 키스신을 찍고 있는 커플들 근처에서 나는 찐~~~하게 사진을 찍는다.

흠 역시 조리개는 꽉 쪼여줘야 빛이 잘 갈라지는군~











날씨는 적당히 쌀쌀하고, 취기오른 볼은 살짝 따땃하면서도 빨갛고, 옆에 커플은 쪽쪽거리고, 셔터는 끊임없이 철컥대고

좋은 밤이다.











강 건너편에서 두오모를 보니 그나마 덜 위압적이어서 피렌체에서 하루 더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강남에 사는건가?













헛소리는 그만하고 사진이나 찍거라 올시즌아.











브루넬로에 취해 몽롱한 내 의식흐름처럼 불빛도 어지러이 흐른다.










아르노강변은 사람도 많고 시끌벅적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야경을 찍을 수 있었다.
(로마 티베르강변엔 핏자국 있던데 ㅎㄷㄷ)









사진을 두어시간 찍다보니 인적도 드물어지고 발도 아픈 게 당이 떨어졌나보다.










(엄마 얘 또 먹어 - 올또먹)

Venchi라는 유명 젤라떼리아에서 젤라또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는 여기 초콜렛 젤라또가 젤 맛났던 ㅎㅎ

그렇게 피렌체에서의 이탈리아 일곱 번째 밤이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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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ㅇㅇ 2017/03/19 02:15 # 삭제 답글

    선배님 얘기 굉장히 재밌네요ㅋㅋㅋ특히 아내분이 째려봤다는 부분이ㅋㅋ즐거운 여행하셨네요!
  • 올시즌 2017/03/19 02:25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알렉세이 2017/03/19 13:58 # 답글

    으잌ㅋㅋ 선배느님ㅋㅋㅋ
  • 올시즌 2017/03/19 14:20 #

    깜짝 놀랐네요 ㅎㅎ
  • osoLee 2017/03/20 12:39 # 삭제 답글

    알럼 없는듯 싶으면서 많은게 위콘..
  • 올시즌 2017/03/20 20:54 #

    짱 많은듯 ㅋㅋ
  • Jay 2017/04/05 09:10 # 삭제 답글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이 급댕기네요 파스타 맛표현 하신거 보니 더더욱 봐야할듯 잘보고갑니다 그나저나 음식양이 푸짐하네요
  • 올시즌 2017/04/05 10:00 #

    오랜만이네요!
  • Jay 2017/04/05 15:29 # 삭제 답글

    허접한 절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ㅠ.ㅠ lol 감동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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