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의 이탈리아 마지막 날 3/3: 로마 최고의 까르보나라! Pipero Roma(★) 이탈리아 '17

호텔로 돌아가서 전생에 지었던 죄까지 모두 씻어낼 기세로 긴 샤워를 하고, 좀 쉬다보니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미슐랭원스타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한 Pipero는 원래 'ㅂ아재의 이탈리아'에 Pipero al Rex로 소개되어 있어서 처음 여기를 예약하려고 할 때 찾았더니 폐점했다고 나와있어서 포기했었는데, 알고보니 2017년부터 Rex Hotel에서 새로운 곳으로 이전개업을 했다고 한다.
로마에 와서 예약을 했다.

어쨌든 가는 도중에 살라미로 유명한 Volpetti가 뙇! 있어서 살라미랑 프로슈토랑 고시촌 단골사장님들에게 드릴 선물 좀 사서 비닐봉지 들고 눈누난나 튀어갔다.  











여기 찾는데 헷갈렸다.

바로 앞에까지 왔는데 간판이 없어서 '구글맵 이 능지처참할 것들...'이러면서 부들거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작게 문 앞에 Pipero라고 써있으니 잘 찾아보도록 하자.








옆에는 식당에서 주는 메뉴판보다 더 친절하게 코스메뉴가 설명되어 있다.










근데 문을 그냥 열려고 하면 잠겨있어서 안 열린다.

초인종을 누르면 저기 끝에서 직원이 나오니 안심하도록 하자.











7시 30에 갔는데도 여전히 내가 첫손님이었다.

2층으로 안내받았다.

직원들이 음식 나를 때 꽤나 고생할 것 같던....











테이블보가 있는 클래식한 분위기이다.

서버랑 두 코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원래 코스에 까르보나라가 있대서 그걸로 가기로 한다.

그리고 와인리스트를 보는데 직원이 능숙하게 다섯 가지 와인이 제공되는 와인페어링 코스가 있다고 한다.

참고로 Pipero는 Alesandro Pipero라는 유명한 소믈리에와 Luciano Monosilio라는 셰프가 협업해서 낸 레스토랑이다.

'뭐 피페로아재가 엥간히 와인페어링에 신경썼겠지...'라고 생각하며 와인페어링으로 가기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날이잖아?

시켜야지~









참고로 이전개업해서인지는 몰라도 두 코스 모두다 아페리티보를 제공한다.
ㄱㅇㄷ!









아페레티보와 함께 주전부리로 까까와 훈연한 올리브오일&올리브가 나온다.

저 올리브가 들어있는 뚜껑을 열 때 연기가 훅 나왔는데, 사진에 담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리고 빵이 이렇게 옆에 놓여지는데,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전통식 빵이랑 레몬포카치아를 줬는데, 레몬포카치아가 인상적이었다.

어제 먹었던 Enoteca La Torre에 비견되는 맛이었다.







첫 번째 와인은 Lazio지방에서 나온 2011년산이었다.

약간 스윗한 편~










어뮤즈부쉬가 나온다.

오른쪽부터 pork chips, tartatine with pecorino cheese, 그리고 마지막이 올리브젤리였다.

서버가 주면서 오른쪽부터 먹으라고 말한다.







pork chips는 위에 상큼한 소스를 올려서 파삭한 식감과 잘 어우러졌고
타르타틴도 바삭하면서 녹진한 페코리노치즈가 녹아내리는 맛이었고
처음엔 초콜렛으로 보였던 올리브젤리는 사르륵하면서 입 안에서 없어졌다.










이제 에피타이저가 나온다.

배고파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집어 먹으려다가 다시 놔서 좀 부서졌다ㅠㅠㅠ









Duck tartare between english muffin w.mustard sauce, apple









그렇다.

에피타이저로 생각도 못했던 오리타르타르(육회)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생으로는 안 먹어봤는데...한 번 도전해보기로 한다.


우걱우걱

튀기듯이 낸 잉글리쉬머핀이 바삭하게 씹히고 오리육회가 육회처럼 씹힌다.

그냥 먹으면 좀 버거울 수 있는데, 머스타드소스랑 잘 어울린다.

그리고 사과는 매우 상콤해서 오리고기를 잘 정리해준다.

그리고 와인을 마시면 이 요리가 왜 아까 제공된 와인과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막 맛있다! 이런 느낌은 안 들고 아무래도 재료가 생소해서인지 그냥저냥 먹을만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와인은 화이트로, 시칠리아산 Gulfi 2013이었다.

드라이해서 딱 좋았다.

생선요리가 나오는 것인가?











아니나 다를까, 고등어가 나왔다.

올ㅋ 고등어라니









Mackerel, french potatoes w. wasabi mayo









고등어를 적당히 잘 익혔고, 감자도 무난했다.

와사비마요는 뭐 와사비마요 맛이었고.

그나저나 고등어가 고수와 꽤 잘 어울려서 나중에 집에서도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그냥 고등어 굽고 적당히 잘라서 살이랑 껍질 사이에 치즈 얹고 고수 올리면 될 것 같은?!

말이야 쉽다 ㅋㅋ



이때 주인인 피페로씨가 직접 와서 "미스터 놤, 하우아유?"라고 인사를 해준다.
뭐하는 녀석이냐, 와인은 어떻냐, 식사는 어때? 등등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트립어드바이저에 리뷰 올려달라는 진담 반, 농담 반인 요청을 한다 ㅋㅋㅋ

이때 직원이 슬그머니 와서 화이트와인 한 잔을 채워줬다.

얏호~



여튼 어제 식사가 너무 완성도가 높아서 여기까지는 와인은 꽤 맘에 들었는데, 음식은 막 맛있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반전이 시작되었다.








Ravioli stuffed with burrata cheese, andive, topped with anchovies and black olives










녹진한 부라타치즈가 들어간 라비올리가 탱글탱글하면서 즐거운 식감을 제공하고,

앤초비의 짭짤함과 올리브가루가 어우러져 강렬한 한 방을 준다.

여기서 가장 즐겁게 먹었던 요리 중 하나이다.











세 번째 와인이 나온다.

토스카나 지방에서 나온 14년산이었다.

와인 중에선 이게 제일 맘에 들었다.

어린녀석 답지 않게 드라이하지만 복합적인 맛을 선보였다.








술기운 약간 돈 상태에서 테이블보에 비친 저 영롱한 와인색깔을 보고있으면 식사는 하지 않아도 사랑이 꽃피어날 것 같다.

하지만 난 혼자야...

안 생길거야 아마...

"본격 외로운 유학생" 시절 감성이 생각난다...











드.디.어.

로마 최고의 까르보나라라고 불리는 피페로만의 시그내쳐 까르보나라가 나왔다.

자기들도 주면서 "The Famous Carbonara"라면서 준다.










확실히 자태가 아름답다.










이런 건 식기 전에 빨리 먹어주는 게 예의다.

한 입 먹어본다.


우걱우걱


면은 당연히 알 덴테인거야 말할 것도 없고, 한쿡사람이 먹었을 때 짜다고 느낄만하게 무척이나 강렬한 맛을 자랑한다.

나는 좋아하는 맛!

소금, 후추, 치즈, 계란이 면과 잘 조화되어서 입 안에서 노닌다.

그리고 위에 올라간 베이컨은 튀겨져 있다!!!

맛 없을 수가 없는 맛이다 ㅋㅋㅋ

로마 최고의 까르보나라는 내가 로마에서 다른 까르보나라를 안 먹어봐서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정도 까르보나라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저래보여도 코스에 포함된 파스타 치고는 양이 꽤 있었다.











라귀욜 나이프가 준비된다.

고기를 썰 시간이다.









네 번째 와인이 나온다.

남부지방 와인으로, 이전에 나왔던 토스카나 와인보다 더 무겁고 중후한 맛을 내줘서 육류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아 근데 양고기야 ㅠㅠㅠ

이러면 전날 먹었던 양고기와 바로 비교가능하잖아...










Lamb with raspberry sauce 







자태는 곱다...









먹어보니 양고기 자체는 정말 부드럽게 잘 조리했는데 향신료가 조금만 덜 와일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천장을 가득 덮어서 양고기 자체의 풍미를 느끼기에는 좀 부족했다.

이게 전날에 너무나도 완벽한 Lamb fillet을 먹어서 더욱 비교되었지, 만약에 그냥 먹었다면 충분히 맛있다고 느꼈을 것 같다.

사진 보니까 침이 고인다.








이제 마지막 와인인 디저트와인이 나왔다.

쉐리라는데, 몸서리 칠 정도로 찡하게 달았다. 뇌가 멍해지는 느낌.

문득 첫사랑이 생각난다.

눈물나게 달달했던 그때의 기억...이 그나마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추억으로 둔갑시켜준다.








중2병 같은 소리는 그만하고

디저트와인의 악마적인 달콤함에 취해있을 때 프리디저트가 나왔다.









Tartine w. Blue cheese

달달한 까까 위에 블루치즈라니...

일단 먹어본다.








오....

단짠의 완벽한 조합이었다.

블루치즈가 짭짤하게 왼쪽을 후리면 과자의 단맛이 오른쪽을 후린다.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제 대망의 디저트!











UFO마냥 아름답게 나왔다.

White chocolate, cherry, hazelnut icecream, crumble








디저트는 여기가 가장 맛있었다.

보드라운 화이트초콜렛 크림이 헤이즐넛 아이스크림을 덮고 있었다.

크럼블도 아그작아그작 씹히고~










끝나나 했더니 마지막 쁘티푸르까지 준다!

Crumble w. cream, truffle chocolate, almonds

초콜렛과 아몬드를 담은 그릇이 아보카도가 생각난다...

저 크림이 들어간 크럼블이 맛났던걸로 기억한다.








에스프레소도 한 잔 시키고~

역대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에스프레소 중에서 가장 큰 잔에 넉넉하게 서빙되었다.

심지어 계산서 보니까 차지 안했었다.








그렇게 긴 식사가 끝났다.

화장실이 지하에 있어서 안내받았는데, 지하통로에 와인이 가득찬 와인셀러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베스트 식사경험은 아니었지만 안성맞춤이었던 와인페어링, 라비올리와 까르보나라, 그리고 디저트까지 생각하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피페로씨랑 인사하고 부른 배를 쥐어잡고 레스토랑을 나선다.







아...정말 마지막 날이구나....

기분의 고저가 있었지만 그건 평소에도 일어나는 일이니까 뭐...

혼자였기에 (먹부림이)가능했고, 혼자여서 자유로웠던 여행이었다.

숙소로 가서 짐이나 싸기로 한다.

그렇게 올시즌의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 저물어갔다...



이번 여행에서 두 번째로 많이 들었던 노래 하나 공유하겠다.









맘 내키면 숙소 후기, 음식점 리스트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긴 이탈리아 여행기를 봐줘서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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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Passingby 2017/03/29 16:44 # 삭제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탈리아 요리라서 모르는 단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예시를 들어서 코스 하나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올시즌 2017/03/29 16:47 #

    어뮤즈부쉬 - 에피타이저 전에 나오는 작은 요리들입니다.
    에피타이저 - 에피타이저입니다.
    프리미(primi piatti) - '첫 번째 접시'라는 뜻으로, 주로 파스타가 나옵니다.
    세콘디(secondi piatti) - '두 번째 접시'라는 뜻으로, 메인이 나오지요. 생선이나 고기가 나옵니다.
    프리디저트 - '디저트 전'이라는 뜻으로 간단히 입 안을 정리해주는 작은 접시가 나옵니다.
    디저트 - 디저트입니다.
    쁘디푸르 - 디저트 다음에 나오는 디저트로, 마지막 입가심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도움이 되셨길!
  • DreamDareDo 2017/03/30 05:51 #

    역시 명불허전 올시즌님! 여행기 너무 잘 읽었어요. 언젠가 저도 신혼여행을 하게 되면 꼭 이탈리아 가고파졌어요 ㅎㅎ
  • 올시즌 2017/03/30 14:14 #

    우와 감사합니다! 이탈리아 신혼여행기 기대할게요 :)
  • DreamDareDo 2017/03/31 00:52 #

    흑 ㅜ 한참 멀었어요 ㅜㅜ
  • 올시즌 2017/03/31 13:00 #

    저도 한참 멀은 듯 하네요 ㅋㅋㅋ ㅠㅠㅠ
  • 알렉세이 2017/03/30 14:05 #

    은근슬쩍 접대도 받게 되시다니. 유명하신 분이었습니까.ㄷㄷㄷ
  • 올시즌 2017/03/30 14:15 #

    ㅋㅋㅋ그냥 인사치례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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