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숙수(★★)] - 한식 파인다이닝의 맛 ㄴ서울

오랜만에 외가 친척들이 서울에 올라오셔서 대모임을 하기로 한다.

엄니께서 저번부터 가보고 싶으셨던 권숙수에서 모임을 하기로 한다.







권숙수, 유일하게 대기업/호텔 산하 레스토랑이 아닌 한식레스토랑으로 별 두개를 받아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다.

그래서 나도 궁금했었는데, 미슐랭가이드 서울이 발표되기 전에 밍글스를 갔고, 이번엔 권숙수에 들러 소위 한식 파인다이닝이 어떻게 해석되어 풀어지는지 경험해보기로 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은 그 때 부터 서비스나 설비 확충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 입구에서부터 오랜만에 한국에서 받을 수 없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바로 문을 열어주신다.

그리고 화장실에도 권숙수가 프린트된 수건이 비치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떡하니 전시되어 있는 미슐랭 







미슐랭에 등재된 것과 미슐랭 스타를 받은 건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미슐랭 별이 3개 까지 있는데 그 차이점을 나열해보자면,

별 한 개는 그 레스토랑이 그 분야에서 괜찮다는 뜻이고

별 두 개는 완벽한 요리로 시간을 내어 들릴 만큼 괜찮다는 걸 의미하며,

별 세 개는 그 레스토랑을 찾아가기 위해 여행을 계획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인원이 참석하다보니 강남줌마들이 차지하고 있어 예약하기 힘들다는 룸으로 예약했다.







이렇게 미닫이 문 뒤로 오픈키친이 보인다.








역시나 먼저 와서 한가할 때 사진을 좀 찍을 수 있었다.







권숙수의 정체성이 쓰여있다.

모던한국음식을 지향한다.

특히 한정식과는 차별되는 점이 바로 독상문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 실제로 독상에 모든 코스가 나온다.

그래서 독상을 놓기 위해 테이블이 낮은 편인데 약간 불편하다.







이 리스트 말고도 따로 주류리스트가 있다.

화요가 7만원대로 주류가격이 그렇게 높아야 하겠나 싶지만...뭐 업장 맘대로니 어쩔 수 없다. (하긴 경쟁자가 가온이니...)

그에 비해 일반 맥주집에서 만 원 정도 하는 빅아이 IPA가 12,000원 밖에 안 하니 오히려 맥주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대가족인지라 6만원짜리 점심상으로 옵션 없이 통일했다.

섬진강 참게찜 먹어보고 싶었는데...









오더를 넣고 좀 있다가 서버들&매니저께서 능숙하게 세팅을 해주신다.

바로 권숙수의 시그내쳐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술과 작은 안주를 곁들인 주안상이다.

전통주는 김포특주로, 꽤나 괜찮은 맛을 내주었다.

죽력고를 이용해 말린 육포는 일반 육포에 비해 확실히 이질적인 조미료맛이라던지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죽부터 시작하고, 그 다음부턴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수프가 맛있기 힘들 듯이 죽도 막 처음부터 탄성을 자아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냥 부드럽고 향긋한 느낌이었다.





이건 크림치즈와 호두를 넣고 만든 곶감말이다.

대가족이 식사하느라 정신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서양으로 치면 어뮤즈부쉬격인데, 하나쯤은 킥을 치고 들어오는게 있지 않아야 하나 싶던...

여기서 권숙수의 특징을 대충 알 것 같았다.

간이 강한 맛은 배제하고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맛으로 재료의 맛을 끌어내는데 주력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하나같이 다 손이 많이가는 음식들이어서 정성이 많이 들어간 건 잘 알겠다.







참죽나물 부각이 그래도 이 주안상에서 짠맛을 담당했다.







노가다의 산물인 문어우족편.

한식파인다이닝에서 기대할 수 있어야 하는대로 잘 만들었다. 과도하게 질겅이는(chewy) 식감 따위 없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감자칩.

손이 많이 간 건 알겠는데 뭔가 2프로 부족한 느낌....







그래도 기물들이 정말 이쁘다.

외국인을 데려오려면 밍글스보단 여기가 더 코리안스러울 것 같다.







술 안 시키는 어르신들을 제외하고 눈치 좀 보면서 시켰던 스파클링을 간간히 곁들여준다.

확실히 전통주 한 병 시켜서 마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두 번째 타자로 나온 들기름에 버무린 민들레 국수와 솔잎 훈연한 도미회

이 날의 베스트였던.






까펠리니 면에 막걸리식초, 들기름, 매실청, 까나리액젓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였다고 한다. 

설명으로 얼핏 유자도 들어갔다고 한 것 같은데 어르신들 대화 소리때문에 완전히 집중할 수 없어서 가물가물하다.

이래서 파인다이닝은 이탈리아에서 다녔던 것처럼 혼자 다녀야 그 맛을 100프로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민들레잎을 한꺼번에 올려서 비벼서 먹으면 된다.








일단 도미회야 이 정도 업장에서 쓰는 재료 퀄리티면 맛 없을 수가 없고...(=당연히 맛있어야)

나는 숙성을 좀 더 시켜도 좋았을 것 같았다.





국수를 먹어본다.

이 접시가 이 날의 베스트인 이유는 오미(五味)가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데 있다.

민들레의 쌉싸름함이 킥을 날리면 짭짤하고 신맛, 그리고 단맛이 잘 어우러져 있는 소스가 하늘하늘한 까펠리니면과 잘 어우러진다.

밍글스의 성게국수도 먹어봤지만 그게 약간 양식-일식의 퓨전 같다면 이건 정말 한식스러운 접시였다.

주안상과 더불어 권숙수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맛이었다.

도미회만 구할 수 있다면(ㅋㅋ) 만들어보고 싶은 맛이었다.








세 번째 요리인 배추대게전.

알배추에 대게살을 부쳐내었다.









위에 올라간 잎은 산초잎이다.

배추 밑엔 밀가루옷이 없어 전 치고는 가벼운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이건 두부장소스 위에 올라간 루꼴라꽃이다.

그냥 한 점, 두부장과 한 점, 그리고 산초잎과 한 점 순서대로 먹으라고 하신다.







두부장의 부드러운 느낌도 인상적이었지만 내 입맛에는 산초향이 배추와 대게살을 꽉 장악하여 완성도를 높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초잎과의 조화가 정말 절묘했다.

먹는 순서를 왜 약-중-강 순서로 설명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약간 프리미피아티 같은 느낌인 탄수화물-고기접시가 나왔다.

제주 돼지고기완자와 감자 옹심이를 넣은 몸국이 나왔다.









몸국이라 함은 모자반 때문이라고 한다.

육수는 제주 백돼지로 내었고, 완자 또한 제주 백돼지로 내었다고 한다.

실제로 돼지국밥과 같은 국물향을 맡을 수 있는데, 그것을 의식한 듯, 파를 많이 썰어넣고, 고추가 들어가있다.






감자옹심이와 함께 맛을 보니 돼지국밥같은 국물에서 스파이시한 킥이 있다.

옹심이의 식감은 좀 어중간했다. 부드럽게 풀어지지도, 강릉 옹심이처럼 쫀득하지도 않고 부스러지듯이 으깨지는 느낌이었다.









돼지고기완자도 조금 더 촉촉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태생적으로 한국인은 국과 밥이 같이 곁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옹심이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탄수화물을 채울 수 없는 느낌이기도 했다. 이게 코스를 구성해야 하는 한식 파인다이닝의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다른 식당에서 일품요리로 밥과 같이 나온다면 이 디쉬 하나만으로도 참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맛을 정리하기 위한 복숭아소르베







뭐 소르베는 잘 만들었지만 앞서 나온 몸국이 돼지고기+파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소르베의 신맛이 조금 더 도드라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








메인으로는 키조개 솥밥과 제철반상과 게살 매생이죽을 곁들인 제철 생선과 해산물구이가 준비되는데, 적당히 섞어달라고 말씀드렸다.

반찬들은 이견이 없을 정도로 다 괜찮았는데...






원래는 코스 중에 솥에서 밥이 지어지는 걸 구경할 수 있는걸로 알고있는데, 워낙 대인원인지라 밖에서 조리해 가져오셨다.







키조개가 올라가있고







직원분께서 명란과 각종 야채들을 넣고 저어주신다.










한 입 맛보니

음...

민들레국수 다음으로 기대한 게 이 솥밥이었는데, 아쉬웠다.

일단 키조개 특성상 조금만 더 익혀도 질겨지기 쉬운데 실제로도 키조개가 완전 익어버려 즐거운 식감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밥도 오버쿡되어 촉촉함을 머금고 있는 게 아니라 드라이했다.

간은 반찬과 곁들이니 괜찮았다.

아쉬움이 컸던 디쉬...근데 메인이니 더더욱 아쉬웠다.










이건 내 앞으로 온 게살 매생이죽을 곁들인 제철 생선과 해산물구이이다.










솥밥과는 반대로 여기 있는 조개는 촉촉함을 잘 유지하면서 제대로 조리되어있었다.

새우도 딱 봐도 몸값 할 것 같은 놈으로 올라가있고...










근데 매생이죽도 죽이라기엔 리조또보다 드라이해서...솥밥도 그렇고 밥 종류 컨셉을 원래 이렇게 드라이하게 잡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맛은 있었다.









그리고 해물들도 조리는 참 잘 했다. 잘 했는데...

으레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기대하는 "한 단계 더" 가미된 그런 특별함을 기대했었는데, 그냥 정직하게 구워나와서 좀 아쉬웠다.

스테이크로 치면 그냥 소금후추만 뿌려서 내온 느낌?

물론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용인할 수 있지만 파인다이닝에선 뭔가 크러스트를 바깥에 입히거나 소스를 곁들이거나 할텐데...조금 더 발전할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건 밍글스의 은대구요리가 생각나게 하는 요리였다.

그것과는 별개로 새우의 선도는 매우 좋아서 내장을 매생이죽과 섞어먹으니 근사한 맛이었다.











디저트가 나온다.

땡큐베리; 셔벗(크랜베리, 블루베리, 레드커런트) 아이스크림과 딸기 마시멜로우, 계피치즈폼이다.








이건 진짜 직관적으로 맛있는 맛이었다.

화이트 초콜렛이 겉에 있고 안에는 각종 베리 셔벗이 가득차있는 고급스러운 아이스크림.

그래 디저트는 이렇게나 색이 명확한데!!!!

이 레스토랑의 역량이 보이는데!!!









폼도 섞어서 먹으니 그래 이 디저트는 정말 흠 잡을 데가 없는 접시였다.









이 접시 하나만으로도 2만원 받아도 되겠다 싶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외쿡미슐랭에서는 코스에 좀처럼 포함되지 않는 커피(그것도 아이스로!)를 즐기며










쁘티푸르와 함께했다.

왼쪽부터 홍삼카라멜, 망고마카롱, 통깨칩이었는데,

이것들은 하나같이 확고한 맛을 뽐냈다.

디저트-쁘티푸르 라인은 완벽했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 많은 고생을 하며 노력했을까 싶었던 홍삼카라멜.









이렇게 코스가 마무리되었다...

정리해보자면 주안상, 민들레국수, 배추대게전, 디저트-쁘티푸르는 괜찮았는데

몸국-소르베 라인이 좀 물음표,

그리고 메인이 좀 아쉬웠다.

근데 6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워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꽤 괜찮은 식재료들을 가지고 정말 하나같이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요리들을 선보였으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

다만 다른 요리들이 워낙 괜찮았어서 아쉬움이 좀 있는 편이지...

만약에 지금 나에게 권숙수를 재방문 하자고 한다면 물음표가 떠오르겠지만 앞으로 미슐랭 특수기간이 지나고 발전하면서 훨씬 더 근사한 요리를 내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투스타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고, 서비스도 흠잡을 데 없으니 이만하면 좋지 않을까.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고 고시촌행 택시에 올라서 많은 생각이 든다.

담에는 정식당을 가봐야 하나? 

그렇게 눈부신 햇살이 내려쬐는 압구정로데오거리의 오후가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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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고양이씨 2017/06/09 16:26 #

    몸국.. 엄청 예쁘게 플레이팅 했네요. 무슨 바다 위의 섬처럼 플레이팅 해둬서 저걸 어떻게 흐트러트려서 먹나 싶었구요 .ㅋㅋㅋ
    매생이죽에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것 같아보이네요 :3 모니터 밖으로 매생이 특유의 풍미가 느껴질 것 같아요 ㅋㅋ!
    전반적으로 플레이팅이 예뻐서 사진으로만 보는데도 좋네요 :D 헤헤!
  • 올시즌 2017/06/09 17:02 #

    확실히 눈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네요!! 보기 좋으면 기대감이 업되긴 하더라고요 ㅎㅎ
  • 2017/06/09 17:0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6/09 17:0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Kain君 2017/06/10 18:23 #

    사진만 봐도 완성도와 맛이 느껴지는군요 ㅎ.,ㅎ
  • 올시즌 2017/06/11 16:48 #

    엄청 손 많이 갈 것 같더라고요 ㅎㅎ
  • 알렉세이 2017/06/10 19:22 #

    미슐랭 되기 전에 갔을때 은어솥밥은 촉촉하니 괜찮았는데 이번 솥밥은 드라이하게 느껴졌다니 아쉽네요.ㅠㅠ
  • 올시즌 2017/06/11 16:48 #

    아쉬웠어요 ㅠㅠ
  • 쿠켕 2017/06/16 13:21 #

    좋은 경험 하셨네요. 부럽습니다 ㅎㅎ
  • 올시즌 2017/06/16 13:26 #

    빨리 돈을 벌어야 할텐데 말이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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