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와 한국의 "재수"문화 - 재도전이란 가치가 갖는 의미에 대하여 끄적끄적

쇼미더머니 열풍이 마치 장맛비와 같이 거세다. 출연 래퍼들의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점령은 물론 청소년의 주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물론 이 단문은 그런 붐에 편승해 래퍼 누구가 우월하고의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하는 그런 구차한 문언은 아니다. (참고로 난 우원재의 우울한 감성이 마음에 든다.) 여기서는 쇼미더머니의 두드러진 현상인 "재수"문화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시즌 6에 이른 지금, 이전 시즌에 도전했던 도전자는 물론, 심지어 "삼수"도 마다하지 않는 래퍼들이 즐비하다. 우승자 프로듀서도 다시 나왔으니 이 현상은 단언 쇼미더머니 "업계"에서 이미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왜 래퍼들은 "재수"를 결심하게 되는가, 아니 왜 대한민국엔 "재수"가 팽배한지 살펴보겠다.

사실 재수 문화는 한국 사회에서 그리 드물지 않은 현상이다.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교에 가기 위해 꽃다운 10대의 일 년을 한 번 더 허비하며, 소위 고시를 준비하는 자라면 일 년은 물론 삼, 사수도 서슴지 않기도 한다. 이렇게 한국의 10/20대 젊은이들의 청춘들이 "재도전"하는데 쓰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재수를 하고 싶어서 선택한 건 절대 아닐 것이다. 바로 처음에 원치 않는 성적을 받아들였기에 재수를 결심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초시 합격" 또는 "첫 도전에 성공"에 대한 열망과 부담감을 그만큼 가중시킨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재수라는 큰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청년들은 단번에 좋은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그래서 앞으로 살아갈 날이 한창 남은 청소년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되고, 신림동 고시촌에서는 어느 원룸 건물에서 누가 뛰어내렸더라 같은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 마디로 "재수"는 일등제일주의가 만들어낸 폐해로 보여진다.

그렇다고 "재수"가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분명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일등제일주의문화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재수를 선택하는 것은 그만큼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을 토대로 삼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며, 재도전을 통해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재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우선 재도전을 부정적이거나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최연소", "수석", "최단기간"과 같이 인간을 오로지 효율성과 기업정신의 잣대로 판단하는 단어와는 멀어져야 할 것이다. 재도전이 있기에 어떤 사람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내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수"는 기피되어야 할 대상이 아닌, 격려해주어야 할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쇼미더머니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래퍼들이 생계와 직결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 이미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재도전을 선택한다. 이 용기를 "식상하다"라는 한 마디로 치부하기엔 재도전 래퍼들의 노력이 너무 과소평가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직 고시 삼수생으로서 래퍼들의 "재수"가 헛되지 않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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