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윤, 문승주 셰프의 화식우 팝업 디너를 경험하다! @월향 소로리 ㄴ서울

휴일이다.

회사에서 화식우 팝업을 진행한다기에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날짜도 맞고 직원혜택도 받아서 다행히 막차 타고 참석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미쿡에서 귀국한 야심찬 뉴요커인 고딩동창 준키와 함께하기로 한다.








장소는 소로리 라이스랩(rice lab) 월향.

전체적인 분위기는 월향 광화문점보다 밝은 편이었다.

대표님께서 설명해주셨는데, 여기는 농림축산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했다.

이름도 소로리, 1만 4천년 전 볍씨가 발견된 쌀 종주국으로서 쌀 소비 증진을 위한 공간이라는 뜻의 이름이 걸려져 있다.







이 팝업의 취지는 여물을 비롯해 새로운 사육 방식으로 키우고 있는 화식우를 소개하고자 한 자리여서, 디저트를 제외한 전 메뉴가 화식우로 준비되었다.

스와니예 출신 김호윤 셰프와 삼성동에서 가이세키 요리 전문점 소우게츠를 운영하는 문승주 셰프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와인을 비롯한 위스키 페어링은 월향에서 준비되었다.











모든 소를 화식우로 키우는 아침목장의 화식우는 식단에서부터 이렇게 다르다.

그래서 공급가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 영광이었던...









앞다릿살 육회

화식우 앞다릿살에 2003년에 만들어 숙성시킨 상황버섯 씨간장, 방사 유정란, 그리고 유기농채소가 올라갔다.

향을 맡아보니 흡사 트러플오일을 뿌린듯 향기가 진했다.










함께 페어링 된 와인인 Remoissenet Pere et Fils Nuits Saint Georges 2012

이녀석을 이런 페어링 자리에서 스타트로 만날 수 있다는 게 정말 호사스러웠던...

부르고뉴의 피노누아이다.








마스터님께서 이 피노누아는 다른 피노누아와는 다르게 산미가 도드라진다고 하셨는데,

과연 마셔보니 저번주에 마셨던 라크라사드가 부드럽게 풀어졌던 반면에, 이녀석은 턱에 침이 고이게 하는 산미가 부드러운 향기와 함께 잘 어우러졌다.

밸런스도 좋고...











남자 둘이서 로맨틱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와인을 마셨으니 육회를 안 먹어볼 수 없다.

한 입 먹어보니 화식우의 진함이 느껴진다.

마블링 천국인 와규와, 또 감칠맛이 강한 한우와는 다른 또 다른 진득함이랄까...

한우 육회와는 다르게 체험할 수 있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상황버섯 오일도 잘 어우러지고...

다만 화식우와 오일이 둘 다 원투펀치를 강하게 날리다보니 rich함이 too much되어 다 먹지는 못했다. 실제로도 이날 유일하게 남긴 접시였다.

그런 점에서 산미 있는 피노누아가 잘 어울리긴 했지만 요리쪽에서도 산미가 조금 더 가미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피노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으니 "양지육수"가 나온다.

제주 중면, 갈빗살, 양지 수육이 올라가있다고 한다.











마스터님께서 우선 가쓰오부시 국물부터 맛보라고 하신 후









진한 육수를 부어주신다.

육수의 진함이 잘 도드라지면서 알맞은 템포로 구워진 갈빗살도 살려주었다.

저 갈빗살만 10점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던...










제주 중면도 좋고...

집에서도 이 중면으로 요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찍고 한 젓가락 먹고 건너편 준키를 보니 이미 그릇 바닥까지 싹싹 비우고 핥아먹을 기세였다.

내 걸 나눠주고 싶었지만 나도 이 미식을 양보할 생각은 없었기에...느긋이 중면을 해치웠다.








두 번째 와인이 준비된다.

Tenuta di Ghizzano Veneroso Toscana IGT 2011

DOCG등급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만드는 IGT중 하나인 이 녀석은 70%산죠베세, 30%까바르네소비뇽의 비율로 주조되었다고 한다.

BDM을 비롯한 토스카나 와인을 좋아하는데 토스카나 와인을 만나서 반가웠다.








마스터님께서 이 와인은 프랑스와인같이 마굿간, 부엽토 맛이 난다고 하셨는데, 

정말로 축축한 흙과 스모키함을 테이스팅 할 수 있었다.

바디감은 미들에 치우친 라이트여서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친구가 이녀석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이때쯤 니쿠자가가 서빙되었는데...

대표님께서 오셔서 인사 드리고 친구와 라이스랩 안도 구경하고, 안에 계시던 임정식 셰프님도 직접 뵙고 아침목장 대표님도 뵙고... 협업하시는 김호윤, 문승주 셰프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뭐야 나...방금 미쉐린 경험한 것 같아...

다시 돌아와서!

보섭살 감자조림으로, 감자, 당근, 소고기 파우더가 들어갔다고 한다.

특히 저 파스타면처럼 보이는 게 감자로 만든 면이었는데, 얇은 감자가 썰어져 데쳐진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 조림이 정말 예술이었다.

얇게 얇게 썰어진 보섭살이 단짠이 하모니를 이루던 소스에 알맞게 졸여져 식감과 맛 모두 충족시켰다.

음!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그리고 메인이 준비된다.

화식우 등심에 구운 로메인, 취나물 페스토, 시소 겨자가 곁들여졌다.










아름다워...

아마 당분간 이런 퀄리티의 스테이크를 먹을 기회는 없겠지...

한 입 먹어보니 진함이...한우 등심 특유의 육덕진 기름으로 인한 감칠맛과는 또 다른 진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알맞은 템포로 구워져 지방이 잘 녹아 쥬시하게 흘러내리는 이 화식우 등심을 탐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양의 재료와 서양의 조리법이 잘 조화된 취나물 페스토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요즘 한남동 바를 비롯해 소위 힙하다는 바에서 위스키와 스테이크를 매칭시키는 게 "핫"한데,

오크향이 날리던 코스모를 마셔보니 왜 그렇게 매칭시키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라고네와 같은 묵직한 와인도 잘 어울렸겠지만, 이 진한 화식우의 맛을 싹 잡아주기엔 위스키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준비해주신 발베니 12년산 트리플캐스크는 코스모보다 소위 "밸런스"가 더 좋아 부드럽고도 감미롭게 풀어졌던...

고기 한 점 먹고 발베니 한 잔 마시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테라스에서 부엽토향, 오크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니 

준키도 너무 좋아하고 나도 너무 좋다는 말 밖엔 할 수 없었다.

그동안 살아왔던 것과 하고싶은 것들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준키가 화장실 간 사이 마크 로스코가 그린 Rice Art Wall도 감상하고.

밤이 저물었지만 이 그림을 보면 노을이 지는 듯한 감상을 받았다.











마지막 요리인 살치살 한 입 스시

살치살 타다끼가 밥 위에 올라가있고, 밑엔 감태가 있다.








내 생각엔 김보단 이 감태를 매치한 게 마음에 들었다.









준키가 잡아준 설정샷만 봐도 완벽해보이는 이 녀석은

입에 넣으면 살치살의....아 잠깐만 타자 치다가 침을 흘려서 침 좀 닦고...

살치살의 고소함과 밥, 그리고 감태의 쌉싸름함이 매우 잘 어울린다.

하긴 그냥 감태로 밥 싸먹어도 맛있는데, 투플화식우가 얹어졌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Domaine de Souch Cuvee Marie Kattalin Jurancon 2013

디저트와인이 준비된다는 것은 곧 코스가 끝남을 의미해서 아쉬움이 전해진다.

마스터님 설명으로는 이녀석은 아이스와인이나 디저트와인이 그러듯이 귀부과정도, 얼린 후 수확하는 과정도 거치지 않은 포도로 만드는 디저트와인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남서부 프랑스에서 Petit Manseng이라는 포도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마셔보니 아이스와인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맛이었다.

너무 달지도 않아서 좋았고...











파인애플 라임 소르베가 준비된다.

직접 담근 20개월 청귤청이 올라갔다고 한다.

디저트와인과도 달-달조합으로 잘 어울렸다.












테누타 기자노를 넉넉히 받아 즐겁게 마셨다.

일주일에 단발성으로 와인 한 두병씩 마실 수 밖에 없어서 갈증났었는데, 이렇게 여러 와인&술을 모아서 마시니 비교도 되고 경험치가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대표님, 마스터님, 팀장님께서 정말 잘 챙겨주셔서 (aka술) 수습으로서 쥐고있어야 할 긴장감의 끈을 필사적으로 잡고있느라 애썼다ㅋㅋ

외식업에 들어온 이상 이렇게 인상적인 식재료를 체험하고 서비스 또한 경험하니 많은 자극도 받고 생각의 타래들이 가지처럼 펼쳐졌다. 

또한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 시선, 관점 등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외식업의 비전에 대해서도 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집에 갈 시간이다. 

소로리를 떠나 준키와 네온사인과 담배연기가 뒤엉킨 홍대거리로 나와서 맥주나 한 잔 더 하고 헤어진다.

그렇게 와인, 화식우, 위스키향이 가득한 홍대의 밤이 저물어갔다.










덧글

  • yudear 2017/09/22 11:51 #

    우왕 저 회사 홍대인데! 이런곳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ㅋㅋㅋㅋㅋ
  • 올시즌 2017/09/22 14:04 #

    팝업이어서 메뉴가 늘 이렇진 않지만 방문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막걸리&전통 안주들이 많아요!
  • 요엘 2017/09/22 13:22 #

    맛있는 음식이랑 좋은 페어링은 정말 행복이죠..

    그나저나 계속 눈에 들어오는 캔들과 와인의 로맨틱함!
  • 올시즌 2017/09/22 14:04 #

    남자 둘, 로맨틱,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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