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 김영하> - 중년 남성의 은밀한 욕망의 치밀한 발현 ㄴ독서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김유정문학상의 수상자,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그리고 티비 프로그램 <알쓸신잡>의 인텔리. 이는 50세의 중년 작가인 김영하를 수식하는 언어들이다. 하지만 나는 티비도 없거니와 남성 여러 명이 나와서 떠들어대는 예능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의 "인텔렉트"를 활자로 접하기 위해 그의 단편소설 모음집인 <오직 두 사람>을 읽기로 했다. 뜨거운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구매했던 <82년생 김지영>과 같이 데려온 이 책의 독후감을 서늘한 바람이 부는 지금에서야 쓰는 이유는 굳이 독후감을 쓰지 않고도 이 모음집에 대한 느낌이 한 번에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려는 노력을 해왔으므로 나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우선 이 단편은 작가의 성별을 제외하고서라도 여러모로 전에 소개한 <82년생 김지영>과 비교되는데, 일단 단편 모음집임에도 불구하고 한 편, 한 편의 소설들이 모두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단편을 읽어보면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제목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내용이 구성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산재해 있는 플래그와 암시들이란! 이 작가가 왜 수많은 상들을 수상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소재가 기발하면서도 그 소재가 일상 생활속에 체화되어 이야기의 형태로 풀어진다. 하지만 그의 일곱 편의 색다르고도 톡톡 튀는 단편들을 읽으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이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이유를 통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단편들에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주제를 "중년 남성의 욕망"이라고 명명하겠다. 사회적으로 가장 권위적인 위치에 있지만, 또 많은 공격의 대상이 되는 중년 남성, 현 시대의 중년 남성인 김영하의 욕망이 이 단편들에 모두 녹아있다. 그렇다면 중년 남성의 욕망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불륜과 외도, 삼각관계를 노래한 <인생의 원점>, 중년 남성의 어린 여성과의 섹스에 대한 갈망을 부르짖는 <옥수수와 나>, <슈트>, 중년 남성의 권위와 딸의 그에 대한 예속을 두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어둠의 언어"로 표현한 <오직 두 사람>, 그리고 높은 지위에 있는 남성이 어린 여성에게 배려를 베풀었을 때 어쩔 수 없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오해에 대하여 서술한 <최은지와 박인수> 등이 있다. 이렇듯 그의 단편들에는 그의 욕망이 그의 욕망인 듯 아닌 듯 만연해있다.

그의 단편이 기발하며 소설을 제목에서부터 마침표까지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창의적이면서도 치밀하게 구성된 점을 보았을 때 그의 욕망이 이렇게 그의 단편들 곳곳에 녹아져 있는 건 그의 욕망이 우연히 스며든 게 아니라 그의 작품들에 철저히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가 여러 개의 상을 수상했고, 티비쇼의 게스트이며, 참신한 소재로 창의적으로 글을 썼기에 그의 욕망의 포장지만 읽고 감탄할 뿐, 막상 그 포장지를 벗기고 본질을 궤뚫어보지는 못할 것으로 감히 자만해본다. 작가와 독자, "오직 두 사람"이 언어가 달라서야 대화를 나눌 수 있겠는가. 컬러렌즈를 빼고 욕망을 읽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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