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우치즈에서 에피타이저로 카프레제를 먹었으니 이제 후식을 먹을(!) 차례이다.

67 Soho,
마켓컬리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마이 테이블 레시피>의 저자인 @chezsusie님께서 오픈한 카페이다.

67-9번지는 당신이 자라고 커왔던 고향을 뜻하고, 소호는 런던을 담고 싶어서라고 한다.

내부.
벌써부터 마음에 드는 걸?
커피는 동생분이, 주방엔 수지님께서 하신다고.

영쿡소금인, 내가 지금 쓰기도 하는 몰든 솔트가 보이고..

카페 전경.
소박한 것 같지만 의외로 규모가 꽤 큰 편.

마이 테이블 레시피도 조금 읽어주고...

낮에 여기 앉아서 커피 한 잔 하며 노닥거리면 좋을 듯.

런던 2박 3일 나기 같은 책.
그리고...눈을 끄는 게 있었으니..

마마이트!!!!
으...극혐...
영국 살 때도 이 쉐키들은 이걸 왜 먹는거지? 세계 정복할 때도 이걸 적국에 먹여서 다 기절시킨 다음 정복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번데기 다음으로 싫어하는 음식이다...
1990년 로마네 꽁티도 이 녀석의 불쾌한 맛을 씻어낼 수 없을 것이다...

쨌든 마마이트는 그만 까고 드디어 음식이 나온다.
Chezsusie님께서 직접 들고 오셨...인스타존잘러님을 영접하는 순간!
Savory Crepe였나?
고소한 달걀, 그뤼에르 치즈, 감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크레이프다.
햄도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푸드 스타일리스트님답게 요렇게 인스타친화적으로 세팅을 해주신다.

난 이 음식 가지고 사진 세 방 찍으면서 "아 식겠다 빨리 먹어야지" 했는데 옆자리 아낙들은 테이블에 놓고 찍고, 창문 앞에 놓고 찍고, 의자 위에 놓고 찍고, 잡지 위에 놓고 찍고, 들고 찍고, 잡고 찍고, 포즈 취하고 찍고, 물구나무 서서 찍고, 전 남친의 환영 앞에서 찍고 하던...
아직 내가 그들만큼 사진을 잘 찍긴 멀었나 보다.
역시 사진은 노력인 것을...
이렇게 인생의 한 수를 배워간다.

우선 플레이트의 온도가 따뜻해서 좋았다. 금방 식을 수 있는 크레이프를 끝까지 지켜주었던.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뭐 워낙 좋은 재료들이 들어가다보니 맛 없을 수 없는 디쉬다.
입 안에 넣었을 때 행복이 느껴진다.

커피 한 잔 곁들여도 좋지만 주말에는 얼그레이 티를 곁들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다른 음식도 즐기면서 좀 더 앉아있다 가고싶었는데, 역시 닝겐은 시간의 제약 하에서 살아가는 동물인지라 일어나기로 한다.
나오니 몸에서 빠다와 치즈향이 난다.
행복의 향수가 아닐까.
그렇게 행복이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더운 논현동의 오후가 저물어갔다.
덧글
2018/07/20 09:40 #
비공개 덧글입니다.2018/07/20 20:54 #
비공개 답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