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장하준> - 내 인생을 남들에게 아웃소싱하지 말자. ㄴ독서


미국 오바마 정부 집권 시절, 워싱턴에 메디케어를 받는 고령 노인들이 "정부는 내 메디케어에서 손을 떼라!" 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오바마 케어'에 반대해 데모하는 사례가 흔했다. 심지어 정부가 메디케어의 공급자였는데도 말이다. 이건 마치 월급을 주는 사람에게 "내 월급에서 손 떼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는 서울특별시 중구 광화문 광장의 주말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왜 그런가? 왜 사람들은 비합리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취할까?

장하준 교수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이어 아예 <경제학 강의>를 저필했다. 사실, 이 저서는 매우 훌륭한 교과서이다. 경제학의 역사는 물론, 학파 계보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며, 시장실패를 포함한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까지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웬만한 경제학 학사 과정이 이 책에 녹아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의 의도는 경제학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 그것은 프롤로그인 "경제학은 왜 알아야 하는가?"에서 에필로그인 "어떻게 우리는 경제학을 사용해서 경제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를 관통하는 그의 메세지, 즉 경제학을 남이 떠먹여주는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가 구성해낸 역사와 이론, 사회현상과의 접목을 읽으면서 지표상의 숫자들이 절대적인지, 낙수효과가 참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신문이 보도하는 내용이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닌지 궁금증을 가지고 직접 경제사회에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나는 이것을 "당신의 인생을 남들에게 아웃소싱하지 마라"로 이해하였다.

정치학자인 로버트 달 (Robert Dahl)은 권력을 영향력의 행사에 따라 1,2,3차적 권력관으로 나누었는데, 1차적 권력은 A가 B로 하여금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A의 의도대로 행동하게끔 하는 것이고, 2차적 권력은 B가 권력자인 A와 대화할 때 A의 예견되는 반응을 고려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모두 비자발적인 동의에 기반한 권력관이다. 반면에 3차적 권력관은 지배받는 B가 지배자 A의 분배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갖지 않고 스스로 A의 결정을 따르는 이른바 "자발적 동의"에 기반한 권력관을 뜻한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기득권층의 선호체계가 당신의 선호체계로 주입되어 그들이 원하는 대로 경제적 관념과 동의를 하고있는 게 아닌지 철저히 의심하고 비판해봐야 할 것이다. 아, 물론 자본주의를 비판한다고 해서 자본주의를 부정한다는 몰상식한 선입견이 없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나의 인생, 나의 선호체계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웃소싱되어 남들의 이익으로 치환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