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임홍택> -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이란? ㄴ독서

인간은 자신을 정의하는 것에 대해 꽤 흥미를 가지는 편이다. 그래서 "회사를 때려쳐라"와 같은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스트레스 상황을 정의하고, 사주나 타로점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정의하거나 "우리 무슨 관계야?"라고 물어봄으로써 타인에게 자신의 정의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빠른 90년생, 족보 브레이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과도기에 태어난 존재인 나로서 솔직히 80년생인 작가가 우리네 세대를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궁금해져서 구매하게 되었다.

사실 이런 책들은 안 읽어봐도 그 결과와 내용의 행태가 뻔하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제 3 물결>과 같은 고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으레 이런 종류의 "세대정의"책들은 꼰대화석이 되어 급격히 변화하는 세계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경직적인 태도를 버리고 유연한 가치관을 가짐과 동시에 후세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 해야 한다는 테제를 설정해 놓은 다음 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뒷받침 증거들을 때려 넣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차는 90년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의응답을 그들에 대한 정의, 그들이 직원일 때, 그리고 그들이 소비자일 때라는 가정하에 지극히 MBA적 경영가치관에 입각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그래도 언어 문화 등을 실제로 인터뷰하고 책에 많이 녹여낸 것에 대해 ㅇㄱㄹㅇ ㅂㅂㅂㄱ 노오오력은 인정해 줘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장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이 책에서도 "90년생이 책을 안 읽고 3줄요약 세대가 되었다"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유튜브가 아니라 책으로 퍼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와 같이 자신을 정의하는 서적에 대해 궁금하여 읽어본 청년들의 유튜브 후기는 적지 않은 편이니 이 책의 3줄 요약이 필요하면 sparknotes대신 유튜브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이러한 미디어 플랫폼 이야기에 첨언하자면 개인적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건 이 글씨와 종이의 조합이 90년생들의 공감이나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 결코 아니라 절대적으로 이 아이디어가 기성세대가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인 "책"을 통해 설명됨으로써 기성세대의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허나 학점과 학자금대출과 삶에 내몰린 N포세대 90년생들이 기성세대가 "노오오오력"안 한다고 꼰대질하기 보다는 이해하려는 티끌만큼의 노력이라도 할 수 있는 교과서가 생긴 긍정적인 효과는 부인할 수 없으며 이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원들에게 돌린 책"이 "기업총수들이 직원들에게 돌린 책"이 되어 근속장려제도나 합당한 퇴근시간과 여가의 보장으로 trickle-down effect를 가지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한 조각의 희망은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교보문고에는 고전문학 섹션에서 사다리를 놓고 책을 찾는 중학생도 있고 하니, 후세대가 기성세대의 정의에 한정되지 않을거라는 낭만적인 망상을 해도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는 걸 유튜브가 아닌 블로그에 올리는 나 자신을 보면 나 또한 90년대보다는 80년대에 가까운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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