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인상주의/진중권>-트위터리언이 아닌 교수 진중권! ㄴ독서

때는 바야흐로 작년 겨울. 색다른 분야의 도서를 갈구하던 차에 미술이 눈에 들어왔고, 마침 모네의 <수련>이 표지인 책을 집어 들었는데 아니, 진중권 교수의 책이었다. 진중권이 누구인가? 교수보다는 파워트위터리안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정작 미술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그의 장문은 그의 단문의 정치트윗들과는 어떻게 다를지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더 앞섰기에 신성한 내 방공호에 이 도서의 출입을 허락하였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가 그의 주 분야에 대해 쓴 장문은 놀랍도록 명쾌하고 읽기 좋았다는 것이다.
우선 잘 쓴 사회과학 논문에서 그렇듯이 목차에서부터 유려한 플로우를 예측할 수 있고, 그의 글은 목차대로 매끄럽게 흘러간다. 미술"사"(史)에 걸맞게 진중권은 인상주의가 태동하게 된 배경, 인상주의 그 자체의 다양한 분파, 그리고 인상주의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졌는지 단 하나의 장애물 없이 아우토반을 달리듯 거침없이 설명한다. 위대한 정치외교 논문들에서도 이런 유려한 플로우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

두 번째로는 역시 대조와 비교의 짜임이 빈틈없이 치밀하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정말 감탄했고, 교수는 괜히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테제, 부연설명, 안티테제, 부연설명의 타래는 마치 촘촘히 짜인 캐시미어 100% 스웨터를 보는 듯했다. 트위터상에서의 허술한 논점과 억지논리는 이 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글쓰기 실력에 대한 감탄은 이쯤하고 인상주의 미술사에서 마음에 들었던 내용을 몇 가지 살펴보자면 먼저 자포니즘이 인상주의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는 것이다. 뭐 시기(19세기 후반~20세기 초)가 일본이 1868년 메이지유신으로 근대화를 이룬 뒤 1910년 한일합방을 기점으로 제국주의적 확장을 도모하고 있었던 때이니 일본의 문화조각이 서구권 열강들에게 흘러 들어갔던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부채는 소재로써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이 다양하게 활용하였고, 일본그림만의 독특한 구도는 반 고흐, 고갱 등에 의해 모방 및 오마주되었다.

또 유명한 세잔, 고갱, 반 고흐, 마네, 모네 등과 달리 이 책에서 "새롭게" 마음에 든 작가들로는 시슬레와 조르주 쇠라가 있다. 시슬레는 동료 작가들을 화실에서 자연으로 이끌고 나가 그림을 그리는데 일조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 중 <눈 내린 루브시엔>과 <모레의 포플러 나무길>이 썩 마음에 들었다. 또 물감으로 빛의 특성인 가산혼합의 효과를 내는 기법인 색광주의(또는 분할주의)를 명명한 쇠라의 그림에서는 그의 보색대비로 인한 생생한 색채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가 주는 그 묘한 느낌이 좋았다.

신문물인 카메라가 인상주의에 미친 영향 또한 흥미로웠는데, 수업을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학개론을 간결하고도 명쾌하게 잡아낸 이 책은 진중권 교수의 다른 미술사 책들도 사서 보고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다음 책은 르네상스일까 모더니즘일까. 아마도 교보문고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애드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