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자본론 / 마스다 무네아키> - 우리가 디자인이 아닌 정치철학을 공부해야하는 이유 ㄴ독서


아니 블록체인과 딥러닝의 요즘시대에 걸맞지 않게 구닥다리스러운 제목인 "지적자본론"이라니. 뭔가 허영심이 가득해보여서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 최대 서점체인 츠타야서점을 운영하는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 회장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이었다. 무네아키는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라는 책으로 한 번 접한 바 있어 그의 주요사상을 이미 인지한 채 읽기 시작했다. 우선 <지적자본론>에서의 무네아키는 다이칸야마 프로젝트가 성공한 뒤라 더욱 확신에 찬 어투가 묻어나왔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에 나는 그가 제시하는 비전을 다른 방향으로 <지적자본론>을 탐구해보겠다.

무네아키의 방향성은 간단하다. 그는 지금 소비사회를 상품 자체가 소비되었던 퍼스트스테이지와 플랫폼 제공이 핵심이었던 세컨드 스테이지를지나 플랫폼이 범람하는 "서드 스테이지"사회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면서 결국 플랫폼이 범람하는 시대에 CCC의 핵심가치인 '고객가치지향'과 '라이프스타일제안'을바탕으로 "제안능력"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 제안능력은 디자인이 핵심이라 한다. 또한 그는 이렇게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제안능력, 즉 지적자본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자본론>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상부구조(이념측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여 "감히" <지적자본론>이라는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자, 디자인이 지금시대 기획자의 핵심이라는 무네아키의 주장을 읽으며 나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로 기획자이자 한 그룹의 리더로서 비전을 제시하려면 정치철학을 비롯한 고전을 유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이 핵심가치라는 것은 이를 통한 이념의 축적에서 나온 부산물일 뿐이라 생각한다. 일단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역사적유물론과 <자본론>의 상-하부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 책의 제목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가치를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한 그가 주장하는 소비의 3단계는 정치경제학에서 많이 보이는 농업혁명-산업혁명-서비스혁명의 단계를 차용한 거라 볼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책 전반에 나타나는 "테제"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이라니! 무네아키가 철학과 정치사상을 자기 주장인 글로 녹여내 표현할 수 있다는 건 그가 이 분야에 깊은 이해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논리의 축적 없이 바로 "디자인이 핵심이다!"라고 외친다면? 허공의 메아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정치철학을 읽고 공부한다는 것은 <군주론>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사진 찍어 올리는 행위 따위가 아니라 그것이 제시하는 아이디어가 어디서 어떻게 도래 되었는지, 마키아벨리가 어떻게 그 관념의 탑을쌓아 올리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며,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플라톤의 <국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등 다수의 정치철학책이 단순하게 봤을땐 이런 논리의 축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차적으로 무네아키가 <지적자본론>에서 제시한 "디자인"의 가치도 좇되 그의 "테제"가 태동한 배경과 사상, 그리고 그가 쌓아 올리는 논리의 덩어리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어떻게 그의 이데올로기가 전개되는지 다시 한번 느껴 보기 바란다.

덧글

  • 콩자 2020/05/27 18:03 #

    한번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해여!
  • 올시즌 2020/05/27 20:44 #

    오랜만이네요 ㅎㅎ 읽기 좋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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